고양이

길고양이 길에 묻다...-흰코 이야기..

담마짜리 2011. 3. 22. 00:00

삼 년 전....

봄이 오는 어는 날........

아파트 화단에 한 길냥 어미가 아가냥이들 네아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옆동 아파트 화단에도 길냥 엄마가 한아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다행히도 아파트 주민들 -물론 싫어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 두 길냥어미와 아가들에 대해 호의적이었습니다...

두 어미는 지척에 앉아 서로의 아가들이 노는 모습 물끄러미 지켜보며 지냈습니다....

두 길냥 어미의 아가냥이들 다섯은 서로 뭉쳐서 노는 바람에 누가 누구의 애들인지 모르게 되어버렸습니다..-제가 보기에..^^;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서....두 길냥어미는 이곳을 자식에게 주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습니다...

남은 아가냥이들 다섯 마리는 나무를 오르내리며...화단의 꽃나무에 부비부비를 하며..

고양이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무럭 무럭 자랐습니다...

미남이, 미순이, 흰코, 얌전이, 노랑코....

 

 

 

 

그 무렵 어디에선가 비슷한 나이의 어린 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삼색 무늬의 삼순이.....

 

 

 

젖소 무늬의 점순이-다른 사람들은 공주라 부름...^^-

 

 

 

 

이 이방묘 둘은 다섯 아이들의 구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눈치보며, 때로는 얻어맞아가며

그래도 열심히 사료를 얻어 먹었고,

이 다섯 아이의 무리에 끼지는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지요...

 

 

 

 

그렇게...일년이 지나자....

미남이만 빼고 모두 여아인지라...

다들....난...리가......출산 난리가....

아가 냥이 예쁘다던 사람들도, 이젠 더이상 예쁘다 하지 않습니다...커졌다고...

그리고 출산으로 인해 마구 늘어난 이들의 묘구수에...사람들은 다 한마디씩 합니다..

"아파트에 고양이가 너무 많아!!!..."

이길냥이들의 아깽이 데려다 사람집에 입양시키랴...

적당한 시기에 맞춰 TNR하랴....정신없던 2009년 한해....

 

미남이와 흰코는 나의 손맛(?)을 알아버렸습니다..

만져주면 좋아서 어찌 할 줄 몰라하던 아이들....

물론 만져주면 두 손은 금방 시꺼매지지만...

 

길냥이들을 보면 만져주고 싶습니다...

길냥이들의 눈꼽과 귀 속과 얼굴을 닦아주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항상 주위를 경계하며 사는 이 아이들에게...

잠시 잠깐 나의 손길로 사랑을.....평화를.....전해주고 싶기에...

 

TNR 때마다 흰코는 배가 불러 있거나, 콧물을 흘리거나 하기에 ...

아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올 봄엔 꼭 수술시켜야지 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또 배가 불러 보입니다...

그리고 한 일주...아니 이주간.....흰코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사료 주는 곳에 가서 물을 주고, 사료를 챙기는 순간...

"에옹~~"

어머나!!! 흰코...에궁구...오랜만이네...애기 낳았니?..

하면서 걸어오는 흰코를 보니..

글쎄...얼굴이 반쪽, 몸도 반쪽...

다가와 부비부비는 하는 흰코 한쪽 엉덩이에 상처가 보입니다...

그것도 커다란 상처가...그 상처에선 고름도 흘러 나오고 있구...

깜짝 놀라 얼른 안고....근처에 버려진 박스에 넣어 동물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발버둥 안쳐주는 흰코가 고맙기만 합니다...

흰코 상처에서 보이는 고름과 냄새가 너무 심합니다...불길한 예감이....

 

"선생님~~얘 길냥인데 물렸나봐요...상처가 아주 심해요.."

물론 수의사샘 확인도 촉진도 못합니다....하악질 난무하니까요...

그냥 박스에서 이동장으로 간신히 옮겼습니다...

'이동장을 통해 상처부위를 보고는..

"수술이 필요할거 같아요....꿰매는 대로 꿰매보고요, 어쩌면 다 못 꿰맬 수도 있어요..

그런데 오늘은 이제 늦었고, 내일도 수술 못 할지도 몰라요.  같이 계신 동료샘 내일 못 나와서요.."

................................

 

 

"...저어~...다른 병원으로  갈께요, 24시간하는 다른 병원으로요. 내일도 수술 못 한다 하시구......

당장 치료, 수술 할 수 있는 병원으로요..."

.................

.................

"어머님 때문에 힘들어요!~~~......

지금 제가 퇴근 안하고 수술해 보죠....수술하면서 가능하면 TNR도 같이...수술비는 대략 00만원..

그대신 조건은 수술이 끝나자마자 데리고 가시는겁니다..."

"네에, 수술 끝나 연락주심 데리고 갈께요..

그렇게 해 주심 저야 좋지요...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꾸벅꾸벅 머리를 숙여 인사합니다..

 

흰코가 수술

 

후 지낼 곳을 알아보느라 여기저기 헤매다 집으로 들어오니..

울리는 전화...

"병원인데요...~~"
"무슨일 있어요?...혹시!!??..."

"..~~...병원으로 와 보세요..."

 

병원으로 달려가자 수술대에 흰코가 누워있습니다...

엉덩이 털을 깎고 보니 상처가 너무 심하답니다...

엉덩이 뼈도 골절이 있고...

양쪽 골반뼈사이의 상처는 서로 관통...

그 뿐만이 아니라 창자가..직장이.....썩어가고 있답니다...

그 구멍으로-직장이랍니다..- 배변물이라는게 허여물건 게 나옵니다...

항문에서도 고름이 줄줄...

"....안락사가 좋겠습니다....저 이런말 잘 안하거든요...

어쨌든 결정은 어머니가 하세요..."

 

사......

 

내가 어찌 남의 생명을 좌우한단 말입니다....내가 어찌....

어찌해야하나....그러나 고통 받고 있을 흰코를 생각해봅니다......

 

수술대에서 심장만 뛰고 있는 흰코에게 말합니다...

"흰코야....사랑해...조금 일찍 나타나지, 어디있다 이지경이 되어 나타났니..."

얼굴을 쓰다듬어 주자 동그랗게 뜨고 있던 두눈이 스르르 반쯤이 감깁니다....

"사랑해.....미안해, 흰코야....진짜 미안해......사랑해..........."

수술대의 흰코 얼굴을 만지고 또 만져주었습니다....

반쯤 감겨 있는 흰코의 두눈을 감겨주었습니다......

'....미안해, 진짜 미안해...푹 쉬렴...편히 자...아프지 말고, 다음 생은 좋은 모습, 좋은 곳에 태어나...'

 

"네에....그렇게 해 주세요................."

 

수술실을 나와 불꺼진 동물병원 대기실 의자에 앉았습니다

두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길고양이로 태어나 만 삼년을 살고 떠나야하는 흰코를 생각하며....

그 생이 불쌍하여....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수의사샘이 울 흰코를 패드로 예쁘게 잘 싸가지고 나왔습니다.

저는 품에 꼭 안고 다시한번 나지막히 속삭였습니다...

" 사랑해....흰코 사랑했다...사랑한다....다음 생은 좋은 곳, 좋은 모습으로 태어나렴 제발......"

흰꼬의 주검이 따스합니다....

 

어둠이 내린 저녁..흰코의 주검을 끌어안고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습니다...

흰코를 어디에 묻어줘야하나....

사람들 눈을 피해.....몰래....아주 몰래....

흰코가 태어나 놀던 화단에 묻어줘야겠다 싶어졌습니다.....

 

 

 

 

 

 

모든 존재가 괴로움과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모든 존재가 행복하고 평화롭기를...............................